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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다이어리] 따라 그리기, 혹은 흉내 내기, 혹은 복제하기
등록인 : 앙크 |

잠실에 있는 예림문고에 갔어. 바로 옆에 롯데월드 아이스링크가 붙어 있더라. 신기했어. 김연아 책을 여기서 크게 홍보하면, 재밌을 듯해.
 
여기에 온 목적은 매장 관리는 물론, 수금을 하기 위해서였어. 수금을 왜 하냐구? 출판사는 책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위탁 판매를 하고 있어. 책을 서점에다 맡기고, 서점에게 팔아달라고 하는 거지. 그럼, 서점에서는 한 달마다 얼마나 팔았는지 정산해서 우리에게 판매대금을 주는 거야. 요즘에는 대부분 통장으로 바로 송금을 해주지만, 예전에는 대형서점의 수금 날, 영업자들이 줄을 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대.

서점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와~
우리 책을 발견했어. <따라 그려 봐> 시리즈야.
  
잠실_예림_ddstone1994
 
<따라 그려 봐> 시리즈는 참 아쉬운 책이야. 괜찮은 책인데,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거든(그래, 맞아. 난 우리 책을 홍보하고 있어). 지도나 인체를 따라 그리면서 지도나 인체를 이해하고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모방을 통해서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거지. 
난 모방하는 것, 흉내 낸다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해. 흉내 내기는 단순히 똑같이 되기가 아냐. 흉내를 내면서 상대를 올바로 인식하고, 나 외의 것들을 이해하면서 나를 다시 창조해 가기도 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필사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싶어. 
우리는 오래전부터 다른 사람을 흉내 내면서, 모방물을 접하면서 살아왔어. 어른들을 흉내 내면서 소꿉놀이를 했고, 복제된 모나리자를 책에서나마 볼 수 있었어. 모방, 복제라고 해서 우리는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만, 이는 전혀 나쁜 것 같지 않아.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흉내 내면서 자기를 알아가고 있으니까.

어떤 학자는 기술 복제 시대가 와서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이 만들어졌고, 소위 특권층만 향유하던 예술작품을 일반 대중들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해. 모방 속에서 새로운 예술이 만들어졌고, 그 예술을 복제해서 누구나 다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었던 거야.

물론 기술이 좋아지면서, 복제가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해. 책이나 영화가 마구 복사되고 있기도 하잖아. 그런데 나는 이런 게 복사하는 사람들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돈 없어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서관에 투자도 안 하면서, 돈 되는 영화만 만들라고 얘기하면서, 복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윽박지르는 사람들 탓이 더 큰 거 같아.

얼마 전부터 저작권이라는 명목으로 블로그나 카페에 무단으로 그림이나 노래 등을 올린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기 시작했잖아. 난 이 일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 누구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 주지 않았으면서 모든 왜곡된 현상의 잘못을 개인에게만 뒤집어씌우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흉내 내기의 깨달음이나 즐거움을 잘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 그들에게 흉내 내기란 달(The Moon)에 있는 사랑(Sarang) 기지에서 벌어지는 비참함일 뿐인가 봐. 달 기지에 가서 발도장이라도 찍고 와야겠어!
 
                           
 
아래의 발언을 보면, 강풀은 흉내 내기가 새로운 창작 과정임을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닌가 싶어.
 
“인터넷 공간은 타인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법이 지나치게 강화된다면,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표현과 창작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내 모든 만화들의 부분 펌질을 허용하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사실 난... 우리 팀장님을 흉내 내고 있어!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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