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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신소 -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
등록인 : 어드민 |

 

행복해지려고 소비하는데, 행복은 멀어져만 간다. 그런데도-

더 많이 소비하면 우리는 행복할까?

야마다 마사히로, 소데카와 요시유키 ?(덴츠해피니스팀) 지음 / 홍성민 옮김

지금은 내 행복의 전부가 핸드 블렌더에 달려 있는 것만 같아

얼마 전부터 대뇌부에 강렬하게 자리잡은 그것. 일명 도깨비 방망이.

근무 시간에도 종종 나를 급습해서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하게 만들지(사장님 죄송 ㅠ.ㅠ)

일주일에 한 번 요리할까 말까 하는 독거녀인데, 그런 고차원적(?)인 물건이 필요할까?

아냐, 이렇게 끙끙 대느니 그냥 사는 게 낫겠어

나, 이래봬도 돈 버는 여자라고!

핸드 블렌더를 사기 전엔, 난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근대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효용은 행복이고 노동은 고통이다. 본래 근대사회는 소비사회로 출발했기 때문에 소비하기 위해 생산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원칙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갖지 못하면 행복해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주장에 따르면 근대사회에서의 빈곤이란 “계속 구입할 수 없게 된 상태”라고 한다.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곧 빈곤이자 불행이라는 얘기다. 사람이 배고픔과 추위로부터 벗어나도 빈곤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행복을 약속하는 상품이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바로 이것이 풍요로운 사회의 빈곤이자 불행이다. 그렇다면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하는 상품’이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 가이드라인이란 ‘스토리’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런 상품을 사면 행복해진다’고 하는 스토리가 존재하면 우리는 그 스토리 안에 살면서 그 스토리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 본문 중에서

핸드 블렌더가 있으면 맛있는 요리를 해서 친구를 불러 나눠 먹을 수 있잖아

여름에 토마토를 왕창 거둬서 그걸 드르륵 갈아가지고서 말야,

케첩이라는 거,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더군

아침에 빵이나 쪼아 먹는 대신 과일을 갈아 마신다면 이 또한 얼마나 상큼하고 아름답겠냐 이 말이야

검은깨를 갈아서 깨죽을 끌여다가 우리 어머니 손에 들려드리면 맛있다고 얌냠하시겠지

이것이야말로 주방의 혁명, 인생의 내조자 아니겠어?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1980년대까지는 가족 소비 스토리의 시대였다. 그런데 거품경제시대가 시작되면서 그것이 정체 상태를 보이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개인에 의한 브랜드 소비라는 행복 스토리가 등장했다. 두 가지 스토리 모두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똑같고 그것이 근대사회의 행복 시스템이었다. 즉, 우리는 상품 자체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을 구입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을 산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스템이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가족 소비가 정체되어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게 할 만한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가족 소비든 브랜드 소비든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상품을 계속 구매할 수 없게 되었거나 혹은 계속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사회의 행복 시스템이 경제성장을 전제로 하는 까닭이다. 가족 소비시대에는 그 전제가 가족의 수입, 즉 남편 혹은 아버지의 수입이 계속 증가한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개인의 브랜드 소비시대에는 개인의 가처분소득이 계속 증대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행복을 주는 상품을 계속 구입하는 호시절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현대사회는 제로성장시대에 돌입해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가정경제의 가처분소득은 평균적으로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최근 15년간 비록 국가의 GDP는 다소 증가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실질적으로 제로성장을 경험한 것이다.

-본문 중에서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친구가 없네

아뿔싸. 그런데 생각해보니 집으로 부를 만한 친구가 없네

이웃 사람들과는 이사 온 뒤로 한 번도 인사한 적이 없고

"제가 만든 건데 좀 드셔보실래요?"라고 인사하기엔 난 너무 겁이 많아

옆집 사람이 알고 보니 싸이코면 어떡해

현재 필요한 것은 행복을 줄 거라고 기대되는 획기적인 상품개발이 아니다. 발상을 약간 바꿔 그 모델의 연장선상에서 생각을 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행복 자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새로운 형태의 행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것을 밝히면 새로운 소비 형태는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친구가 있으면 핸드 블렌더 대신에 토마토를 으깨 줄 텐데


물론 여기까지 말하는 동안에 핸드 블렌더는 내 손에 들어왔지

바나나를 한 번 갈아먹고 감탄했어

깨죽을 한 번 시도했다가 완전 말아먹었어

그다음은... 음.

만난 적이 거의 없다고 봐야지

핸드 블렌더가 마늘이나 토마토 따위를 순식간에 갈아내는 걸 보면 경외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지만

생각보다는 내 행복에 기여하는 바가 별로 없네

무엇보다...

친구가 있었다면 핸드 블렌더 대신에 강판에 쉭쉭 잘 갈아줬을 텐데.

어쨌든 새로운 행복 스토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즉, 상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상품 너머에 있는 행복을 얻는 것이 아니라 행복 자체를 직접 얻는 스토리 말이다. 새로운 행복 스토리를 만들어 그것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그 싹은 이미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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